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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승희 시인 / 이별, 그 사소함
우리의 사랑보다 우리의 이별은 너무나 사소했네 늘 만나던 까페의 익숙함이 신선하지 않을 인사를 나누며 그대는 창가에서 두 번째 테이블의 덮개가 삼 센티쯤 밀려나간 것을 바라보고 나는 절망으로 자라난 손톱을 자르지 못했다고 말해야 하는지를 생각하지 그대 눈빛에서 꽃 피고 꽃 지는 소리 사라짐은 꽃가게의 꽃들이 너무 많아서였다고 잇몸을 다 드러내고 웃는 그대 입안으로 바람 움트는 지루함 그대 돌아서는 뒷모습에서 쟈켓 한 귀퉁이 조금씩 구겨 올라간 것을 또는 그대가 떠난 자리에 의자 쿠션이 조금 옴폭 가라앉은 것을 일일이 기억해야 하는 권태의 바지, 드라이크리닝된 그대의 허무가 세탁소 그늘에 내걸릴 쯤 그대 기억할까 마지막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던 사람을 마지막 커피값을 지불한 사람을 그렇게 이별은 사소했네 이제 정갈한 뒷모습의 한 사람이 그리워지네
위승희 시인 / 생각을 굽는다
청어는 간이 밴 만큼 단단해져 있다 졸음이 눈꺼풀을 당기는 아침 여섯시의 프라이팬 위, 폐부까지 절여져 하룻밤 언 잠을 잔 청어가 치이익 치이익 몸을 녹여간다
무거운 눈꺼풀 위로 식용유 한 방울 튕기면서 알맞게 굽는다는 것은 달구어진 밑바닥을 살펴보야야 하는 일 혹은 적당한 때 뒤집어 보아야 하는 일이라며 청어가 어깨를 들썩인다 청어의 생각을 훌렁 뒤집어 본다
간밤 내가 짓던 따스한 집 한 채는 어둠이 허물어 질때 허물어졌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못 하나에도 生은 찔 리고 기둥을 나르는 곡주로에서 넘어져 달구어져 있던 밤위에서 나는 숯덩이로 타버렸다
내 폐부는 비린내를 풍기며 청어가 익어가듯, 나 아직 더 많은 땀 비린내로 뜨거운 거리에 서야 한다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청어를 내 생각의 접시 위에 담고 또 시작하는 아침, 잘 구어진 생각으로 여는 프라이팬 위의 삶, 탄력있게 집히는 살점 한 점
위승희 시인 / 물 속의 길 -痛點21
얼마나 흘러왔을까 그대를 아직 건너지 못하고 있다 내 시선이 통과하지 못한 그대의 깊이,
물 속의 길은 언제나 헤매는 자의 등 뒤 모습을 보여준다 뜨거운 알돌 돌아누우면 물살의 길이 나고 아픈 삶의 지느러미 퍼덕이며 연어가 거슬러 올라오면 물 속에 길이 났다
눈물 속으로 그대가 거슬러 온다 내가 걸어온 길이 흐른다 춘곤에 겨워 별스럽게 깊은 발자욱들이 지쳐 무심히 꺾어 버렸던 망초꽃, 또 다시 새 잎을 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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