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우무석 시인 / 나무들에 대한 묵상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2. 8.

우무석 시인 / 나무들에 대한 묵상

 

 

 저녁 어스름 속에 동판화처럼 찍힌 오래된 나무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아름한 허리둥치따라 자잘한 슬픔들이 강물소리로 조용히 차 오르는 것을 내 귀는 맑게 들을 수 있네.

 저 먼 거리를 거쳐온 한 떼의 바람만 나무 근처에 와서 쓸쓸히 어두워지고 정 깊던 추억들이 거친 껍질 사이사이 상처로 터져 반짝이는 것을 숨김없이 볼 수 있네.

뒤틀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이 한 세상살이 아득한 먼 길, 벌거벗은 마음의 빈 끝가지에 아슬한 그리움의 등불을 매어달던 나무의 푸른 꿈이 문득 지친 내 외로움 속으로 닿아오는 것을.

 

창 밖으로 보이는

내 나이 이전의 나무

 

 


 

 

우무석 시인 / 인생도 삶도 신호등처럼

 

 

두 다리 쉬어 가라 한다

빨간 신호등 불을 켜놓고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라 한다.

 

두 손은  기도하라 한다

초록 신호등 불이 깜빡일 때

 

슬픔 안에 아픔 안에

희망이 되는 것을 찾아

새날을 감사드리라 한다.

 

두 눈을  감으라 한다

노란 신호등 불이 켜질 때

 

욕심을 버리고 조금 부족한 듯

조금 모자란 듯 마음에 채워지는

 

그릇을 비우며

겸손하게 살아가라 한다.

 


 

우무석 시인

1959년 마산 출생. 1983년 제1회 개천문학 신인상을 수상. 1985년 무크지 <지평> 문학신인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 시집 <수평선이 있는 집>. 제10회 김달진 창원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