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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영 시인 / 하나님의 결제방식
하나님이 인터넷으로 보내 주신다던 십억 원이 아직 내게 입금되지 않았다 날마다 삶의 꾸러미에서 막아야 할 결제자금이 육삼빌딩 높이만큼 쌓여간다 그것이 자꾸 불어나다 보면 교환소의 지폐 여유분이 바닥나고 자폐증상의 인생부도에 몰리게 된다 그러나 가끔씩 하나님의 급전을 구하지는 못하지만 가을 곁가지로 내 앞에 서있는 은행나무들 무진장한 노란 지폐의 사열을 받노라면 하나님과 나의 거래는 계절이 바뀌는 걸로 대차를 마감한다
윤고영 시인 / 추석날 고향에 와서
눈에 익은 햇발이 붉게 굴러 다니는 동네 어귀에 서면 발신지도 수상한 소문이 잽싸게 달겨들며 멱살을 후린다
파랗게 젊은 시절 머리 다독여 주시던 고향 친구의 어머니는 지난 여름날 더위에 치여 그만 하늘나라로 가셨대
삼류 유행가의 가사처럼 내가 아는이들 모두 이세상 오던길로 되돌아 가는 아,빈손으로 돌아가는 그 길
나어린 조카들 앞세워 성묘길 다녀오는 아침나절 풀섶 이슬을 말리고 있던 바람과 햇볕을 만나 안녕, 반갑게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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