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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공채 시인 / 별층도(別層圖)
예리야 어머니 계시니 아뇨 아버지만 계세요 아버지 회사에 나가시지 않니 벌써 그만두고 산에만 잘 가요 그래 무얼 먹고 사니 하느님이 음식을 감사하게 주세요 오라 어머닌 예배당에 가셨구나 네 나는 주일학교에 가구요 아버진 나가시지 않니 한번도 나가시지 않았지만 곧 나가시게 될 거예요 착한 우리 아버지거든요 하느님이 인도해 주실 거예요 산에 가서 무얼하니 묘지를 순례하며 시(詩)를 쓴데요 묘지를 순례하다니 나도 몰라요 삼각산이랑 도봉산이랑 집에서 가깝거든요 그래 갖고 집을 언제 사지 집이 없어도 하느님이 주신대요 주인이 가을에 이사 가란다면서 네 방 한 칸 있는 데가 있대요 아버지 어서 회사에 나가셔야 할 텐데 안 나가도 괜찮아요, 혼자 일하는 게 더 좋대요 하긴 여태 회사나가도 집 한 칸 마련 못한 사람이니까 우리 아빠예요 우리 아빤 행복하대요 예리도 꽃같이 예쁘구 너의 오빠도 착하구 우리 집엔 하느님이 계세요 해바라기도 한 송이 피어 있구요
정공채 시인 / 간이역
피어나는 꽃은 아무래도 간이역 지나치고 나면 아아, 그 도정에 꽃이 피었던가.
잠깐만 멈추어도 그때 펼 것을 , 설계 찬란한 그 햇빛을......
오랫동안을 걸어온 뒤에 돌아다보면 비뚤어진 포도에 아득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제 꽃은 지고 지는 그 꽃에 미련은 오래 머물지만 져버린 꽃은 다시 피지 않는 걸. 여숙에서 시로 즐긴 사랑의 수표처럼 기억의 언덕 위에 잠깐 섰다가 흘러가 버린 바람이었는걸......
지나치고 나면 아아, 그 도정에 작은 간이역 하나가 있었던가. 간이역 하나가 꽃과 같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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