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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조성식 시인(무안) / 핏빛 너울꽃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2. 9.

조성식 시인(무안) / 핏빛 너울꽃

 

 

바람과 시간도 삼복더위 피하여 찾아든

백운산 어치계곡, 그늘이

먼저 목 좋은 곳, 자리 깔고 앉아 반긴다

물은 하얀 게거품을 물고

돌무덤들 같은 바위들을 옮겨보려 하지만,

흩어졌다 또 다시 일어섰다

쉼 없이 부딪치고 스러지면서도

먼 산골짜기, 한적한 한 귀퉁이에 눌러앉지 않고

섬진강을 향해 흘러가는 것은

핏빛 너울꽃으로 피어나

남해 까치놀 속 한 우주로 잦아들기 때문이리

 

 


 

 

조성식 시인(무안) / 냉이무침

 

 

냉이무침이 저녁 밥상에 다소곳이 앉아 있다

 

눈보라 속 함께 걸어온 논둑과 밭둑,

 

그곳에 메마른 전잎 두어 장 깔고 자란 냉이

 

여린 몸으로 허기진 어머니의 밥상을 품어주었다

 

아내의 손끝에서 되살아난 쌉쌀한 손맛

 

입속 가득 냉이 꽃으로 피어나고 있다

 

 


 

 

조성식 시인(무안) / 일기예보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뼈마디마디가 시리도록 저려온다고

 

들녘에 된서리가 내리면

어머니의 관절에도 하얀 서릿발이 돋았다

 

바지락 한 다라이 잡아오시는 날이면

어머니의 뼈마디마디에는

갯내음 대신 통점들이 스며들었다

 

첫서리와 얼음 어는 소식이

내 무릎 틈 사이로 스미는 밤,

 

남겨 놓고 가신 가락지 하나 꺼내어 본다

그리움의 뼈가 저려온다

 

 


 

조성식 시인

1961년 전남 무안 출생. <아시아서석문학> 시부문 신인상, 2017년 <시와문화>로  등단. 광주문인협회 회원. 광주시인협회 부회장.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시마을낭송작가협회 회원. 조선대학교병원 진단검사의학과에서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