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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시인(무안) / 핏빛 너울꽃
바람과 시간도 삼복더위 피하여 찾아든 백운산 어치계곡, 그늘이 먼저 목 좋은 곳, 자리 깔고 앉아 반긴다 물은 하얀 게거품을 물고 돌무덤들 같은 바위들을 옮겨보려 하지만, 흩어졌다 또 다시 일어섰다 쉼 없이 부딪치고 스러지면서도 먼 산골짜기, 한적한 한 귀퉁이에 눌러앉지 않고 섬진강을 향해 흘러가는 것은 핏빛 너울꽃으로 피어나 남해 까치놀 속 한 우주로 잦아들기 때문이리
조성식 시인(무안) / 냉이무침
냉이무침이 저녁 밥상에 다소곳이 앉아 있다
눈보라 속 함께 걸어온 논둑과 밭둑,
그곳에 메마른 전잎 두어 장 깔고 자란 냉이
여린 몸으로 허기진 어머니의 밥상을 품어주었다
아내의 손끝에서 되살아난 쌉쌀한 손맛
입속 가득 냉이 꽃으로 피어나고 있다
조성식 시인(무안) / 일기예보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뼈마디마디가 시리도록 저려온다고
들녘에 된서리가 내리면 어머니의 관절에도 하얀 서릿발이 돋았다
바지락 한 다라이 잡아오시는 날이면 어머니의 뼈마디마디에는 갯내음 대신 통점들이 스며들었다
첫서리와 얼음 어는 소식이 내 무릎 틈 사이로 스미는 밤,
남겨 놓고 가신 가락지 하나 꺼내어 본다 그리움의 뼈가 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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