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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형 시인 / 어떤 콤플렉스
벌리지도! 오므리지도 못하고! 카메라 앞에 서면 또 주눅이 든다 묘하게 일그러진 입, 입으로 카메라 앞에 선다
내 상한 영혼의 늑골 마디마디 속속들이 드러낼지도 몰라 그럴지도 몰라 위 옆 어딘가 징그럽게 매달려 있을 슬픔의 덩어리 찬찬이 또렷이 찍어낼지도 몰라
그럴지도! 몰라! 삼류 극장의 어둠 속에 몰래 버리고 오고 싶은 욕망의 심줄 창살처럼 드러낼지도 몰라 섬뜩하게
권현형 시인 / 달콤한 인생
이마 흰 사내가 신발을 털고 들어서듯 눈발이 마루까지 들이치는 어슴푸른 저녁이었습니다 어머니와 나는 마루에 나앉아 밤깊도록 막걸리를 마셨습니다 설탕을 타 마신 막걸리는 달콤 씁쓰레한 것이 아주 깊은 슬픔의 맛이었습니다 자꾸자꾸 손목에 내려 앉아 마음을 어지럽히는 흰 눈막걸리에 취해 이제사 찾아온 이제껏 기다려 온 먼 옛날의 연인을 바라보듯이 어머니는 젖은 눈으로 흰 눈, 흰눈만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초저녁 아버지의 제삿상을 물린 끝에 맞이한 열다섯 겨울 첫눈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며 나는 다가올 첫사랑을 기다리며 첫눈 내리는 날이면 댓잎처럼 푸들거리는 눈발 속에서 늘 눈막걸리 냄새가 납니다
시집 <중독성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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