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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윤미전 시인 / 매운탕을 먹다가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2. 12.

윤미전 시인 / 매운탕을 먹다가

 

 

메기매운탕 살점 뭉텅 뜯어내 입에 넣고

급히 삼키려다가 억센 가시 하나

덜컥 목에 꽂혔다

달래듯 삼키는 한 숟가락 밥알에도

연거푸 들이키는 냉수에도 빳빳하게 버티는

그는 내 들숨날숨마저 거머쥐어 버렸다

얼큰한 국물 휘저으며 숟가락 들락거릴 때마다

무슨 큰일 났는 양 매운탕 냄비 속이 술렁이고 있다

누군가를 노리며 납작 드러누운

메기, 그 작은 가시 하나로

165센티미터 월척을 건져 올렸다

부어 오르는 목 앙칼지게 물고 늘어지며

훤히 드러난 제 뼈마디, 마디 같은

내 죄 모두 고백하라 하네

아, 기억하지 못하는 언젠가 한 그루 꽃나무였던 너를

우연히 내가 꽃망울째 꺾었던 적 있던가

풀지 못한 인연으로 이 순간

꼼짝없이 만나게 되었나

날카롭게 목안으로 파고드는 고통이

눈물로 실토하라 하네

어린 잠자리 날개 같은

비늘 한 잎 마음에 품은 죄

 

 


 

 

윤미전 시인 / 수선화

 

 

연초록 알 속에 엎드린 조그만 그녀,

언제 부화할까 가늠하고 있을 때

그 속내 궁금해진 햇빛이 콕콕 쪼아대자

엉겁결에 노랑나비 날개같은 꽃잎 활짝 펼쳤다

순간, 느긋하게 꽃봉오리 품고 있던 허공이

놀라 주춤 물러선다

 

아득한 줄기 위로 꽃 한 송이 살림 내어놓고

가 볼 수 없는 뿌리는 마음이 안 놓였는지

곧은 잎들 자꾸 밀어올린다

여백 지우며 모여든 그들은

그녀 한 생의 싱그러운 배경이 된다

 

여린 꽃잎에 내려앉은 하늘이 너무 무거웠던가

팽팽한 고요 튕겨내며 휘청, 무너져 내린다

교만인 듯 기품인 듯 꼿꼿히 설 줄밖에

모르던 작은 그녀,

마지막 기울어지는 자태마저도 꼿꼿하다

새봄 오면 버려진 듯 흙 속을 꿈틀대는

저 뿌리 박차고 굳센 그녀 다시 일어설 것이다

 

 


 

윤미전 시인

1962년, 경북 칠곡 출생. 윤혜숙. 대구한의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대구대 대학원 졸업. 대한신문 신춘 문예 시 당선. 「계룡 문학상」시 당선. 제5회「적벽강여울소리 시인상」수상.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칠곡군협의회 의장. 대구시인학교 회장. <낭만시> 동인. 시사랑사람들 동인시인. 현) 대구 한의대 국문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