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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수 시인 / 불쑥
낯선 이가 불쑥 내미는 손 잡아본 적 있다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 있듯 살다 보면 불쑥 마음 문 미는 사람 있다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자 기다리라고 말하지 말자 아직 때가 아니라는 핑계로 그 손 부끄럽게 하지 말자 목말라 본 사람은 안다 불쑥 손 내밀 수밖에 없는 이유를
문철수 시인 / 그해 겨울
기울어진 가세를 일으키는 건 죽은 나무를 살리는 것과 다름없다
겨우 세 식구 바람이라도 피하려 좁은 마루 한 켠 빌린 육 개월, 새벽이면 울타리 밖 공동 우물에 나갔었다 나이 많은 소나무 허리 새끼줄 감고 정권에 멍이 들도록 두들기고 나면 머리에선 김이 희망처럼 피어올랐다 영하 십오도 이십도 곤두박질치는 겨울은 혹독했지만 사람은 더 지독했다 곱은 두레박줄을 펴가며 끌어 올린 물을 낡은 팬티 바람에 머리부터 뒤집어쓰면 상고머리 머리칼에 길게 고드름이 달렸다 국수산 등산로 운동 오는 어르신들 눈동자마저 떨리는지 혀를 찬다 "저 자식은 아무리 추워도 할 건 다 해" 열일곱살, 그 해 겨울은 없었다 잃어버린 겨울은 주먹에 검게 자리 잡더니 사십이 되어서야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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