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문철수 시인 / 불쑥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2. 12.

문철수 시인 / 불쑥

 

 

낯선 이가 불쑥

내미는 손 잡아본 적 있다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 있듯

살다 보면 불쑥

마음 문 미는 사람 있다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자

기다리라고 말하지 말자

아직 때가 아니라는 핑계로

그 손 부끄럽게 하지 말자

목말라 본 사람은 안다

불쑥 손 내밀 수밖에 없는 이유를

 

 


 

 

문철수 시인 / 그해 겨울

 

 

기울어진 가세를 일으키는 건

죽은 나무를 살리는 것과 다름없다

 

겨우 세 식구 바람이라도 피하려 좁은

마루 한 켠 빌린 육 개월, 새벽이면

울타리 밖 공동 우물에 나갔었다

나이 많은 소나무 허리 새끼줄 감고

정권에 멍이 들도록 두들기고 나면

머리에선 김이 희망처럼 피어올랐다

영하 십오도 이십도 곤두박질치는

겨울은 혹독했지만 사람은 더 지독했다

곱은 두레박줄을 펴가며 끌어 올린 물을

낡은 팬티 바람에 머리부터 뒤집어쓰면

상고머리 머리칼에 길게 고드름이 달렸다

국수산 등산로 운동 오는 어르신들

눈동자마저 떨리는지 혀를 찬다

"저 자식은 아무리 추워도 할 건 다 해"

열일곱살, 그 해 겨울은 없었다

잃어버린 겨울은 주먹에 검게 자리 잡더니

사십이 되어서야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문철수 시인

1960년 서울에서 출생. 경기대학교 법정대학을 졸업. 시집으로 『부드러운 과녁에 꽂힌 화살은 떨지 않는다』『구름의 습관』 『바람의 말』이 있다. 충남 서천으로 귀농하여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문화예술창작집단 '울림'과 작은도서관 '다온사랑방'을 운영하고 있다. <서안시> 동인. 시공문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