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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유금옥 시인 / 꽃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2. 13.

유금옥 시인 / 꽃

 

 

문이 사람들을 먹었어요

사람들은 길게 줄서 있어요

아이들 손에는 아이스 크림과 입장권이 들려있어요

물론 자유이용권이죠 할아버지 할머니도

 

줄서 있어요 응급실 수술실 사무실 문들이

입을 벌렸다 오물렸다 하면서

사람들을 먹고 있어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죠 이런 봄날에는

문이 도처에 피어 있다는 것을

 

내 몸도 문이 라는 것을

(어서 오세요) 붉은 혀를 내밀어

그를 핥아먹었어요

아이들 손에 피어있던 아이스크림은 녹아내리고

대공원 궁전에 피어있던 문들은 커텐을 내리고

사람들은 바람을 타고 떠다녔어요

 

바람 부는 봄날이었죠 입학식장 결혼식장

장례식장의 화장한 문들이 사람들을 먹었어요

 

보세요

지금도 시멘트벽에 피어 있는 문으로

사람들이 먹히고 있잖아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죠

문이 도처에 숨어 있다는 것을

문들이 사람들을 먹고 있다는 것을

문들이 문드러지게 피어 있는 봄날 이에요

 

(현대시학 신인작품 공모 당선작 中에서)

 

 


 

 

유금옥 시인 / 냉이꽃

 

 

마당가에 냉이꽃이 피었습니다

냉이꽃 저만치 조그만 돌멩이가 있습니다

 

돌멩이는 담장 그늘이 외로워서

냉이꽃 곁으로 조금씩 조금씩 굴러오는 중입니다

종달새도 텅 빈 하늘이 외로워서

자꾸 땅으로 내려오는데

 

그것도 모르는 냉이꽃이

냉이꽃이 종달새를 던지는 봄날입니다

 

 


 

유금옥 시인

1953년 강릉 출생. 2004년 《현대시학》 가을호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 2009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 당선. 현재 강릉왕산초등학교 도서관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