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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지율 시인 / 빨간 컨테이너

by 파스칼바이런 2022. 2. 14.

김지율 시인 / 빨간 컨테이너

ㅡ프리즈버드

 

 

오래 울었던 눈은

떠나보낼 것이 많다는 것

 

어쩌면 더 빨리 끝날지도 몰라

 

 밤중에 손톱을 깎으면 검은 새와 가까워진다 미안하다는 말은 새가 많다는 말 폭염은 리얼하고 혁명은 오래 전의 일 그러니까 나무속에는 숨을 수 있는 구멍이 많아, 입을 여는 순간 새가 튀어나온다.

 컨테이너에서 죽은 남자는 아직 새를 모른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돌멩이에서 피 냄새가 난다 끝까지 눈을 감고 끝까지 귀를 닫고, 한 번 더 해봐

 

공기 속에는 비밀이 많아서

 

빈곳의 벽이다

검은 밤을 날아가는 돌멩이

매번 다른 기도를 위해

잠시 눈을 감고 잠시 숨을 참는 것을

프리즈버드, 라고 부를 때

 

흰 발을 보여줄게

 

가끔 구름이 들어왔다 나갔다

죽을 만큼 아프지는 않았지만

 

종이를 찢을 때마다, 흰 새가 날아갔다

 

2016년『시애』誌 제10호 발표

 


 

김지율 시인

경남 진주에서 출생. 2009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통해 등단. 문학박사. 저서로는 시집으로 『내 이름은 구운몽』(한국문연, 2018)과 시인과의 대담집 『침묵』, 詩네마 산문집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들』과 학술 연구서 『한국 현대시의 근대성과 미적 부정성』이 있음. 2013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