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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녀 시인 / 팔레트 속
각자의 허기를 달래줄 국경이 됩시다
당근과 사과가 섞인 주스를 마시고 소주와 맥주가 섞인 술을 따르고 국적이 불분명한 얼굴로
태양을 그렸는데 달이 되고 산을 그렸는데 울타리가 되는
눈썹과 눈동자와 코를 그려 넣을 수 있는 계란만큼 훌륭한 얼굴은 없습니다 한쪽 귀는 절벽 다른 쪽은 바위 입술은 그리지 맙시다
입술이 열리면 말과 생각이 터지기 쉽습니다 배가 고파도 열리지 못하는 입술들이 있으니까
노란색 바나나는 더 노랗게 칠하고 한쪽 눈은 파랑, 다른 쪽은 주황 콧구멍은 갈색 머리는 초록색
무엇을 색칠하든 입술은 그리지 맙시다 지구에 사는 옷 속의 몸은 의외로 얇고 국적 없는 얼굴들에도 열렬한 사랑이 찾아옵니다
국경은 어디에 있습니까? 칸과 칸 사이를 흘러넘친 이 색깔을 무슨 색깔로 불러야 합니까?
월간 『현대시학』 2015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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