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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서 시인 / 물. 꽃
대야에 부어둔 섬유유연제 무심코 풍덩 적셔낸 블라우스 앞섶에 뚜렷한 반점을 찍었다 그릇바닥에 물이끼처럼 남아있는 검자줏빛 침전물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가 본 모든 부드럽고 환한 붉음들은 차디찬 응혈에서 출발했을까 너의 연못에 돋아난 둥근 무늬결도 멀리, 중심에서 아련해졌을 때, 비로소 물의 가벼운 날개를 얻었을지
내가 아는 어떤 꽃빛깔도 건져낸 핏물 아닌 게 없었으니 너는 어둠을 풀어 만든 새벽, 꽃 피어나듯 바깥으로 바깥으로 풀려난 소용돌이의 보폭은 흔들리는 어떤 이의 마음나빈지
류인서 시인 / 새
솟대마을엘 갔습니다 들머리 총총 장대숲에는 고만고만한 구름의 몸을 입은 물새떼, 간단없이 바람의 물살에 떠밀리면서도 저의 가장 어두운 쪽 하늘에다 부리를 꽂고 앉아 있었습니다 당신은 아슬한 푸른 기류를 탐하는 기러기로 물냄새 그리운 나는 물오리로 앉아 있었습니다 각기 다른 하늘의 번개를 품고 앉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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