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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호 시인 / 달빛 강물
달빛 강물 건너던 진흙 수레바퀴 물밑 자갈돌에 걸려 잠결에 귀가 뜬 아이가 뒤척거리고
찰랑거리는 강물 달빛에 젖어 진흙 수레바퀴 자갈돌에 굽이치는 물소리 젊은 아버지는 돌아올 기척이 없고 그 옛날 어둠 깊은 방 모서리에 치렁하게 서려 있는 울 엄마 머리카락
돌아누운 아니는 물결 따라 흐르는데 한숨소리 어둑한 달빛 강물 진흙 수레바퀴 건너가고 있다.
최동호 시인 / 소금쟁이 설법
아무리 휘갈겨 쓰고 다녀도
흔적 하나 없다.
흰 구름 낙서마저 지우고 가는
소금쟁이
최동호 시인 / 배꽃 동산
달빛이 환한
배꽃 동산
거짓말도 비밀도 다 아름다운
세상 너머 세상
배꽃 동산
최동호 시인 / 여름풀들은
낫이 베고 간 자리보다 소가 뜯고 간 자리가 더 아픈 여름 간 자리가 더 아픈 여름풀들은 새끼 밴 어미 소보고 올겨울 잘 넘기라고 힘을 내 잘 걸어보라고 자기도 모르면서 젖먹이 풀을 그리면서, 제 몸 아픈 줄 모르는 여름풀들은 발걸음 굼뜬 어미 소 뒷등을 웃자란 손바닥으로 토닥여준다.
최동호 시인 / 제왕나비 -아내에게
파도 위로 호랑무늬 깃을 펼치며 대지를 움켜쥔 나비가 날고 있다. 대양 너머 저 멀고 먼 산 언덕에서 작은 들꽃 무리들이 피었다 지면서 비바람 헤치고 찾아올 나리를 기다리고 구름 뒤의 담은 나뭇잎에 매달려 쪽잠 자며 고치에서 부활하는 영혼을 지켜보고 있다.
최동호 시인 / 초승달
서리 맞는 선승의 콧날은 검푸르다.
최동호 시인 / 자객의 칼
번득인 순간 가로지른 빛
검광을 움켜쥔 하늘 아래
이승의 꽃잎만 흩날리고
하얗게 굳은 검푸른 입술
최동호 시인 / 혀의 침묵
말하지 않고 다물고 있는 혀의
침묵보다
더 큰 입은 지상에 없다.
분노한 입이 감아올린 혀는 하늘에 닿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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