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용 시인 / 토마토
태양의 과일이라는 토마토가 과일이 아니고 채소라는 말을 들으니, 몸속에 수평선이 돋는 느낌이다 하늘과 바다를 갈라놓는 수평선이 아니라, 그것을 하나로 만들어 주는 수평선, 육감적인 과일이라는 느낌을 부드러운 질감의 식물성으로 혼합해 주는 수평선 그러면 이제 저 토마토를 과일채소라 부르면 어떨까? 과일과 채소라는 두 개의 명칭을, 그렇게 하나로 융해시키면 어떨까? 보라, 하늘과 바다를 날카롭게 금 그어논 수평선에서 가만히 無等으로 지워지는 수평선을—. 그때는 노을이 붉게 타오르는 저녁 시간, 모든 것이 익어서 제자리로 돌아가는, 저녁의 시간 우리는 융합된 그 부드러운 질감의 순간을, 저녁의 시간이라고 부르면 된다 그러므로 토마토의 界面에서 발그라니 노을이 익는 것을 보는 것은 몸속에, 그렇게 無等의 수평선을 지니는 일 그 無等의 길을 걸어, 가만히 집으로 돌아가는 일
월간 『현대시학』 2011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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