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소은 시인 / 긍게
저년은 커서 뭐시 되면 웬만한 사람은 쳐다도 안볼거시여 긍게, 머덜라고 아짐은 애들 쌈박질에 어른이 나선당가요 옴마 쬐깐한 콩새 같은 것이 지들 할매 닮아 저렇게 싸납당께 긍게, 할매가 삼대독자 우리 아버지 혼자서 키웠짐라 핫따 작것! 어찌야 쓰까이 따박따박 말대꾸하는 거시기 좀 보더라 긍게 아짐 맹키로 자식 키우면 안 되지라 숨바꼭질하다 지가 술래되니께 꼬라지내고 기연시 가잖아요 긍게, 인정 없이 머리끄댕이 땡기고 싸웠지라
미자는 가실지나 철 지난 우체통처럼 공장으로 뙤작뙤작 말꼬리 공구리던 나는 아짐 말대로 인대깔래 암도 쳐다보지 않는 작것이 되었다
갈대가 피면 뽀짝 바다 쪽으로 몸을 기웃거리는
긍게잉, 참마로 부아가 치밀 때마다 탱자나무 울타리처럼 몸 꼿꼿이 세우는 줄포, 고샅 어리춤을 휘어잡는다
양소은 시인 / 경계의 여백
사다리를 타고 높은 곳을 오르는 꿈을 자주 꾼다. 언제나 마지막 발판을 딛고 올라서다 결국은 사다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지고 마는 꿈, 현실에서 나는 높은 곳을 두려워하는 버릇이 생겼다. 다음에는 꼭 올라서야지. 애벌레처럼 꿈틀거리는 바닥에서 나는 나비가 되고 싶다. 사다리 끝은 시처럼 낭떠러지를 품고 있다.
언어는 형상을 입어야 한다. 가시화해야 한다. 시적 효과를 주기 위해서는 언어의 경계를 넘고 기존의 틀을 깨야 한다. 깊이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형상화하지 못한 채 밖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나뭇잎들이 비에 젖어 반짝인다.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나무가 가지를 비워낸다. 빈 벤치와 주인 잃은 녹슨 자전거 위로 나뭇잎들이 날아든다. 풍경을 펼치고 날아드는 또 하나의 침묵, 이 이미지의 공간을 관찰이라고 하자. 새로운 시각으로 언어의 세계를 창조하는 진술과 묘사에는 의미가 숨어있다.
시는 언어의 옷을 입히는 것이다. 나는 도발적이며 개성 있는 시를 디자인 하고 싶다. 독특한 감각으로 객관적인 세계를 언어로 표현하고 싶다. 깊이 있는 울림과 이미지를 찾아 시는 내 삶을 오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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