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상 시인 / 비너스
이만 년 전 아내는 엄지손가락만 했어
아내라는 말은 참 예뻐 빛들이 거기 숨어 반짝이지
스페인어 에스포사는 아내인데 복수형 에스포사스는 쇠고랑이라는 뜻도 있대
신용카드의 마그넷처럼 긁힌 온통 바깥뿐인 여기
풍성한 젖가슴과 아랫배 사이 뭴렌도르프의 비너스
아득한 안쪽의 기억 거기 무덤을 파는 아내
목맬 밧줄도 못도 없이
이미상,『좀 더 자렴,』, 포지션. 2019년, 24~25쪽
이미상 시인 / 살아본다
달팽이 감자탕 먹방 쇼 찬물에 밥 말아 오이지 먹는다
짭짤한 오이지는 혈기왕성한 새우 맛이 난다
사랑한다 미치겠다 다시 또 애를 낳고
굳은 돈방석 위에 가만히 앉아
살아본다
항시 대기 중인 신선한 채널들
밀봉된 채 늙어가는 나의 아기들
이미상,『좀 더 자렴,』, 포지션. 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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