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순 시인 / 현장검증
그가 다녀간 것 같다 없는 나를 다행히 여겼을지도 모를 일 딱히 뭘 살 일도 없이 가게에 들러 날 분명히 찾지도 못하고 족대나 하나 사갔다는 그, 뭔가 예사롭지 않다 는 것을 남편이 눈치챘듯 배신은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내 스타일이 아닌 사람을 골랐다는 것을 감 잡았을지도 모를 일 그 자리 없길 다행이라고 여기는 것은 대체 뭔 심사? 그인 것 같다 앙가조촘 철물점 담장의 꽃밭이나 보고 갔을지도 모를 일 동창들에게 내 안부나 훔치다가, 고향서 눌러앉아 철물점 아줌마가 돼 애가 셋이나 딸렸다는 말을 들었을지도 모를 일 죄짐에 미루다 지나가는 길에 혹시나 해서 들렀을지도 모를 일 담장 꽃밭 넝쿨장미 앞에서 한 대 태워 문 꽁초가 이것일지도 모를 일 애들과 마누라를 데리고 족대를 메고 어느 계곡을 거슬러 올라갔을라나 장미꽃 한 아름을 들고 교문에 와 학교를 들었다 놨던 그, 그가 다녀갔다 아들과 동명인 그 자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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