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림 시인 / 눈물
X - Ray 사진 속에 담겨있는 가슴은 앙상한 뼈의 구조물이다 까만 어둠이다 사랑도 아니고 슬픔도 아닌 내가 이 자리에 서있다는 확인서이다 의사의 말대로 나는 살아 있고 아파하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그 속에 숨을 불어 넣는다
눈물을 보면 가슴이 보인다 참을 수 없이 가벼워지는 슬픔 안으로만 감싸안으려는 가슴을 열고 있다
X - Ray가 감지하지 못한 길 끝 문간에 매달린 전등이 죽순처럼 돋아나 푸른 빛을 비출 때 너의 생명처럼 홀가분 날아갈 수 있는 것이 주어진다면
눈물을 보면 눈물이 난다
시집 - 신갈나무 푸른 그림자가 지나간다 (현대시)
허림 시인 / 빙어
소양강 어디쯤 물속의 길이 보인다던 마을은 오천분의 지도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침마다 거룻배를 저으며 빙어잡이 나서는 아버지 눈 속에는 신작로며 미루나무며 대문이며 밥 묻어 놓았던 구들 아랫목도 다 보이련만 비니루로 바람만 막아 놓은 그늘진 방 한켠에는 빙어보다 더 투명한 꿈들이 주름 깊이 머물고 그 사이로 어망을 메고 돌아오는 소양강 어귀쯤 물 속의 길이 다 보인다는 마을에는 저녁안개가 가득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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