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부 시인 / 노고단에 여시비 내리니
노고단에 여시비가 내리니 산길 풀잎마다 옛적 어머니 웃음 빛 담은 것들 온통 살아 일어나 나를 반긴다 내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꾸중 듣고 고개만 숙이시더니 부엌 한 구석 뒷모습 흐느껴 눈물만 감추시더니 오늘은 돌아가신 지 삼십여 년 만에 뵙는 어머니 웃음 빛 이리 환하게 풀꽃으로 피어 나를 또 울리느니!
이성부 시인 / 빈山 뒤에 두고
찬바람 벌판 어둠 끝에서 혼자 걸어오시던 이. 한 마리 학처럼 목이 길게 느릿느릿 걸어오시던 이.
그 큰 두팔로 이 고장 사람들의 슬픔을 껴안으며 이 고장 사람들의 희망을 어루만지던 이.
넓은 가슴으로 어깨로 이 고장 사람들과 함께 승리했던 이. 저 들판 적시는 영산강만큼이나 넘치는 사랑 그 안에 담고 있던 이.
오늘은 근심걱정 다 마감하고 훌훌 손 털고
다시 그 벌판 혼자서 걸어가시네 빈山 뒤에 두고 가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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