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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조민 시인 / 세상의 모든 아침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3. 14.

조민 시인 / 세상의 모든 아침

 

 

여자는 동네를 돌고 돌았다

매일 아침 나무토막을 두들기면서

 

천국 갑시다 딱, 딱, 딱 천국

갑시다 딱, 딱, 딱

 

어릴 때 교회 오빠는

자기 무릎에 앉으면 천국에 간다고 했다

천국은 지옥이었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파란 마늘밭에서 누가 자꾸 부른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불리고 계실까

 

밤이 더 환했다 내 방은

만능열쇠 간판 빛 때문에

창문을 열면 천국 문이 열릴 것 같았다

 

자고 나면

바늘을 삼킨 물고기처럼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구멍만 남은 도넛』, 조민, 민음사, 2017년, 24~25쪽

 

 


 

 

조민 시인 / 밤의 장소법

 

 

여기서

나는 가장 멋진 시체

멀리서 보면 웃는 개같이 보여요

부푼 배가 터지고

구더기가 쉬파리가 끓어도

삭지 않아요 녹지 않아요 사라지지 않아요

나는 먼 곳으로 갑니다

이곳은 먼 옛날

누군가의 기억입니다

-나는 흰 나비였고 물고기였고 의자였고 나의 어머니였고

이 책의 첫 책이었고 맨 처음은 물방울이었어요

이 침묵이 기뻐서

이 침묵이 슬퍼서

끝이 보이지 않는 줄

끝에 서 있어요

연기로 쓴 이야기가 끊이지 않네요

(기)-우리는 꿈의 재료로 만들어졌다*(기)

이곳은 모든 것이 항상 옳아요

나의 가장 아름다운

살아있는 시체

거의 모두의 최초를 끝까지 지켜 봅니다

곧 다시 만날 것처럼

 

 


 

조민 시인

1965년 경남 사천에서 출생. 경상대 국어교육과 졸업, 同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받음. 2004년 《시와 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조용한 회화 가족 NO.1』(민음사, 2010), 『구멍만 남은 도넛』가 있음.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