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 시인 / 세상의 모든 아침
여자는 동네를 돌고 돌았다 매일 아침 나무토막을 두들기면서
천국 갑시다 딱, 딱, 딱 천국 갑시다 딱, 딱, 딱
어릴 때 교회 오빠는 자기 무릎에 앉으면 천국에 간다고 했다 천국은 지옥이었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파란 마늘밭에서 누가 자꾸 부른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불리고 계실까
밤이 더 환했다 내 방은 만능열쇠 간판 빛 때문에 창문을 열면 천국 문이 열릴 것 같았다
자고 나면 바늘을 삼킨 물고기처럼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구멍만 남은 도넛』, 조민, 민음사, 2017년, 24~25쪽
조민 시인 / 밤의 장소법
여기서 나는 가장 멋진 시체 멀리서 보면 웃는 개같이 보여요 부푼 배가 터지고 구더기가 쉬파리가 끓어도 삭지 않아요 녹지 않아요 사라지지 않아요 나는 먼 곳으로 갑니다 이곳은 먼 옛날 누군가의 기억입니다 -나는 흰 나비였고 물고기였고 의자였고 나의 어머니였고 이 책의 첫 책이었고 맨 처음은 물방울이었어요 이 침묵이 기뻐서 이 침묵이 슬퍼서 끝이 보이지 않는 줄 끝에 서 있어요 연기로 쓴 이야기가 끊이지 않네요 (기)-우리는 꿈의 재료로 만들어졌다*(기) 이곳은 모든 것이 항상 옳아요 나의 가장 아름다운 살아있는 시체 거의 모두의 최초를 끝까지 지켜 봅니다 곧 다시 만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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