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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안현심 시인 / 삐딱하게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3. 16.

안현심 시인 / 삐딱하게

 

 

지구가 23.5도 기울어

바람이 불고 사계절이 있듯

삐딱하게 바라보아야 네 발꿈치 보인다

바로 보았을 때 둥그렇던 얼굴이

올려다보면 갸름한 코스모스

고요한 뜨락에 엎드린 바람자락 보이고

참나무 껍질 속 사슴벌레가 보인다

 

삐딱하게 보기

기울어져 보는 것은

어제 같은 오늘이 아니라

전혀 다른 내일을 생성하는 것

 

황무지에

배롱나무 한 그루

키우는 것

 

 


 

 

안현심 시인 / 굴참나무

 

 

너는

지상을 유영하던

혹등고래

 

바람이 지날 때마다

휘파람을 잘도 불더니

 

등허리 달라붙은 따개비처럼

우툴두툴한 이끼를 덮어쓰고 있구나

 

운장산 골짜기

오래된 바다에서

 

늙은

휘파람 소리

아장아장 헤엄쳐온다

 

 


 

안현심 시인

1957년 전북 진안에서 출생. 충북대학교와 한남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 받음. 2004년 ≪불교문예≫ 를 통해 시작활동. 2010년 ≪유심≫을 통해 문학평론가로 활동시작. 저서로는 시집으로 『하늘사다리』 외 세 권의 시집과 산문집 『오월의 편지』, 논저 『서정주 후기시의 상상력』과 평론집 『물푸레나무 주술을 듣다』가 있음. 1998년 대전시 한글선양유공자상과 2009년 한남대 일반대학원 우수논문상, 풀꽃문학상 젊은시인상, 한성기문학상 수상. 2011년 진안문학상 수상. 현재 한남대학교 강사로 재직 中. 불교문예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