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영 시인(목포) / 봄이 강을 건너다
산수유 노란 웃음으로 풀리는 고향의 봄, 샛강은 허리춤 곧추세워 징검다리 건너뛰고 아프게 흐르는 흙빛 물살, 자운영 꽃길 따라 산은 강을 건너고 강은 그림자 드리운 채 물가에 서 있다. 겹도는 구부나루 흐느끼는 안개, 그 안갯속으로 아득한 강줄기 흐르고 흘러 구진포 휘돌아 치니 회진이라 했던가, 지난겨울 칼끝 바람 언강을 가르더니 보송보송 버들강아지 찬 기운 몰아내느라 붕붕거린다. 해동기(解凍期) 맛 들여 풋대 세우는 청보리 물결, 긴 사래 끝자락 흩어진 풍경을 주어 모으고, 얇게 봄을 벗기는 유채꽃 웃음소리 오래된 그리움 데리고 와 꽃씨방 어르고, 몽탄나루 거슬러 오르는 버들치 물장구치는 소리 살아 있으므로 융숭한 영산강(榮山江)의 맥박소리 이때쯤, 날씬한 봄이 강을 건너온다는 소식, 먹이 찾아 촐싹거리며 차가운 봄 물살 콕콕 쪼아대는 민물도요새 한 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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