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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홍예영 시인 / 들풀이고 싶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3. 15.

 

홍예영 시인 / 들풀이고 싶다

 

 

네 곁에 앉아보니

사는 것 참 간단해

 

길가에 뿌리 내리고

줄기 닿으면 얽히기

밟힐 때마다 버티고 참기

애기하늘지기, 들하늘지기, 바람하늘지기

그런 이름이 없다

 

나도 마디 무성하고 거친 풀이고 싶다

 

가야 할 산길에 떠 있다

떨기 나무 위

구름 한 조각

 

 


 

 

홍예영 시인 / 쓰러진 나무

 

 

잎 보이지 않는 나무 한 그루

절벽 아래 제 그림자 드려다 본다

강물이 자갈돌 굴리고

멀어지는 동안 그 동안

움켜진 흙 놓는다

바람이 그 흙 조금씩 가져간다

 

물 그림자 깊다

 

 


 

홍예영 시인

1953년 전남 나주 출생. 연세대학교 불문과 졸업. 동국대 문창과 졸업. 2000년 계간『시와시학』 등단, 2003년 시집 『그런데 누구시더라』 출간. 산문집 『상신리 가는 길』 『코망코망』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