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자미 시인 / 미혹의 그 꽃
한 다발 꽃이 부인과로 왔다
이 무슨 짓인가? 문병 온 꽃을 입원시키다니
환자용 생리대 감고 비닐 물주머니 다는 응급처치가 시급하다
자궁적출 수술 받은 꽃들이 홀대 끌고 꽃 문병 다녀갔다
병명은 차마 말할 수 없다 예후가 그리 좋지 않다
아픈 꽃은 고개부터 고꾸라진다 꽃은 아프다. 피 흘리지 않아도
권자미 시인 / 달의 코러스
니 혼자 잘 먹고 잘 살면 안된다 우리 사이에 뭘, 반절 뚝 떼서 형님 드리는 인심 한번 푸진 달이다
보일러 수리공 셋, 장맛비 핑계 삼는 거한 달이다
마당가에 금송아지 매어 놓고 한번 마주한 적 없는 선대 만석지기 자손 달이다
난 말이요 거 뭐냐 노가다부터 때려치우고 삐까번쩍한 놈으로다가 한 대 뽑고 거 뭐냐 직싸게 고생만한 마누라 데리고 푸껫으로 날아갈랍니다
더런 놈 세상 인생 뭐 있나 헛주먹 훅훅 먹여주는 달이다
아 지랄, 니는 니 꼴리는 대로 나는 나 꼴리는 대로 살아보자고 어깃장 쓰는 달이다
호프집 홍보용으로 나눠 준 복권 한 장 들고 물렁 반죽으로 임시 맞춤한 달이다
오늘은 중천의 달도 이래저래 땡 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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