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춘 시인 / 귀
하늘은 가끔 신의 음성에겐 듯 하얗게 귀를 기울이는 낮달을 두시었다
서정춘 시인 / 하류
옷 벗고 갈아입고 도로 벗고 하르르 먼 여울 물소리
서정춘 시인 / 목련에서
내가 어느 여울물 자갈바닥을 차오르고 차오르는 허공에서 꿈을 깨다 말면 누가 저 빈터의 온전한 무풍 속에 그대 일생을 꽃봉지 놓아 두었으되 내 그곳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틈을 타고 어디서 아무 것도 아니고 꽃도 아닌 아마도 銀魚 떼의 한 통속들이 허이연 神韻*으로 몰려와 있음이뇨
* 신운(神韻) : 신비롭고 고상한 운치
- 시집 <죽편 竹篇> 서정춘시인, 황금알
서정춘 시인 / 이슬 보기 (舊)초로草露'
나는 이슬방울만 보면 돋보기까지 갖고 싶어진다 나는 이슬방울만 보면 돋보기만한 이슬방울이고 이슬방울 속의 살점이고 싶다 나보다 어리디어린 이슬방울에게 나의 살점을 보태 버리고 싶다 보태 버릴수록 차고 달디단 나의 살점이 투명한 돋보기 속의 샘물이고 싶다 나는 샘물이 보일 때까지 돋보기로 이슬방울을 들어 올리기도 하고 들어 내리기도 하면서 나는 이슬방울만 보면 타래박까지 갖고 싶어진다
-시집 <죽편 竹篇> 서정춘시인, 황금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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