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김명신 시인 / 봄이 꽃을 피우는 것은 당연한가

by 파스칼바이런 2022. 4. 13.

김명신 시인 / 봄이 꽃을 피우는 것은 당연한가

 

 

낮달이 휘어지고

나뭇가지에 새들이 앉질 않고

바람이 바람을 만나 더워지고

자꾸만 생각나는 시간의 입들

휘파람은 그렇게 부는 게 아니지

시간의 무게로 빛을 멀리할 수 있나

쥐가오리의 비행이 한창일 때

몇 분 음표로 바다를 닿는 걸까

집으로 음성을 삽입하는 경비 아저씨는 목련의 목을 보기라고 했을까

라디오에선 추잡스런 행동들이 습기를 머금고

바깥이 안을 향해 구원의 손을 뻗는 걸 기도라고 한다고

 

자꾸만 바깥이 좋아지고

알과 알 사이에서 수없이 아버지가 자빠지고

자빠지는 일이 반복될수록 춤이 되어 하늘을 날지

껍데기들아, 달달한 춤들아

가볍게 타들어 가도 변질되는 거야

아직은 전성기의 밤이여

얼마 동안은 향기로운 지하여

뜨거운 밤이여

피아노는 부서졌고 연주는 딱딱하거나 조용하거나

소문은 낮게 흐르고 무거운 성질일 때 가치가 있어

 

아직은 따뜻한 겨울일 때

너의 미소가 나의 침묵을 감쪽같이 삼켜버릴 때

체리의 머리들이 수북하게 떨어지거나

 

뒷골 백 여시는 어디만큼 왔나,

 

『고양이 타르코프스키』, 김명신, 실천문학사, 2016, 69~70쪽

 

 


 

김명신 시인

전남 곡성 출생. 2009년 《시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 현재 시작 활동과 더불어 그림을 그리고 있다. 2014년 대안공간 마루에서 열린 ‘퐁퐁 다리에서 춤을’전을 비롯해 다수의 전시를 개최하였다. 시집 『나의 아름다운 개는』 『고양이 타르코프스키』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