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호 시인 / 여성은 살해된 악기
저녁의 명인(名人)은 설치류로 불어났다, 시시각각 길을 잃는 물의 정원처럼
나의 지식은 살해된 악기 정도의 생명관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사람의 머리에서 떼어낸 빗이 출항하는 배를 취한 산모로 만들 동안
영혼과 매이지 않은 물건만이 형상과 맺어지기 위해 눈가에 맴돈다.
여성은 살해된 악기.
뮤즈는 지옥에 떨어진 투우사 일가로 구현되고 음악에는 영탄으로 배워서는 안 되는 것이 있고 성난 소만을 사랑한 소녀가 성스런 포옹에 눈뜬다.
여성은 살해된 악기.
울음이 우주 전체를 채울 물질인 걸 알려주어서 방풍림한텐 고마워. 메두사의 머리는 그러나 생물도 암석학도 극복하지 못했다.
덜 닫힌 구석방의 11월 철새처럼 공중그네는 흔들릴 동안은 흠집이 없고
뒷걸음질 칠수록 언제나 개선문 가까이 조숙 소녀의 하늘이 차분히 찢어진다.
계간 『리토피아』 2015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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