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조혜영 시인 / 옷 수선 가게

by 파스칼바이런 2022. 4. 15.

조혜영 시인 / 옷 수선 가게

 

 

동인천 인현동 지하상가

한 평 남짓 크기의 옷 수선 가게

여기 저기 간간이 들리는

미싱 소리 듣고 있자니

내 어릴 적 다닌 봉제공장이

떠올른다

 

라인을 타고

드르륵 드르륵 돌아가던 미싱 소리

아! 그때 난

시골에서 갓 올라온 시다였지

너무도 무섭기만 하던 A급 미싱사 언니

자상하고 수더분하던 미싱사 아줌마들

그들이 지금

동인천 인현동 지하상가

비좁은 옷 수선 가게에서

저마다 알 굵은 돋보기를 쓰고

옷 수선을 한다

 

미싱을 돌리고

오버로크를 치고

다리미질을 하고

쪽가위로 실밥도 따면서

 

 


 

조혜영 시인

1965년 충남 태안 출생. 2001년 제9회 전태일문학상 시 부문에 당선 수상. 시집 『검지에 핀 꽃』 『봄에 덧 나다』(푸른사상사. 2012)가 있음. 노동자 시인으로 <검지에 핀 꽃>은  2005년 ‘힘내라 한국문학’ 2/4분기 이 달의 우수문학도서에 선정됨. 인천노동자문학회, 전국노동자문학연대 활동. 현재 인천작가회의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