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형 시인 / 민들레
衣 배냇저고리 한 벌로 수의까지 삼는 그의 검소함을 따를 수 없다
食 햇살을 주식으로 하되 야식으로 별빛을 선호한다 한 달에 보름, 달빛을 섭취하는 그는 특식으로 단비를 즐긴다
住 자리의 높낮이를 따지지 않는다 진 데와 마른데 음지와 양지를 가리지 않는다 시골 담장이건 빌딩숲이건 자투리땅이면 보금자리를 튼다
行 대물림으로 씨족 간 다툼을 남기지 않는다 지상권을 빌미로 이웃 화초와 담을 쌓지 않는다
내가 이를 표절하고자 하나 감히 베낄 수 없다
조재형 시인 / 사채공화국
등록금이 바닥난 나는 대부업자를 찾는다 살인적 금리로 급전을 수령한다 원금에 이자를 보태 재대출하는 꺾기 수법에 이자는 원금의 두 배로 폭풍 성장한다
갖은 강박에 유흥가 종사원으로 매매된다 알탕갈탕한 전세 보증금이 인질로 잡혀간다 영문을 모르는 식솔들이 길바닥에 나앉는다
아직 날것인 나는 아파트 옥상에서 자진 폐업한다 사채 덕분에 사체가 된 나 사회면 머리기사로 부음을 대신한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곧 삭제된다
모두들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OECD 조국은 대박 뉴스가 늘어 간다 일군의 시인들은 아름다운 강산이라고 강변한다
묵시의 눈가림이 연속 탈출을 엄호한다 공화국의 주인을 자임하는 어느 누구도 함부로 타인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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