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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안차애 시인 / 예쁜꼬마선충

by 파스칼바이런 2022. 4. 20.

안차애 시인 / 예쁜꼬마선충

 

 

예쁜꼬마선충의 합성어 속에 들어가 쉰다

예쁜과 꼬마와 선충을 다 합쳐도 1mm가 안 되는 체적 속에

들어가서 운다

눈물도 걱정도 깜찍해지고,

 

다섯 쌍뿐인 염색체와 근육을 꿈틀거린다

앞으로 간다, 심심하면 뒤로 간다

모르는 힘이나 빛이 찾아오면 오메가 턴,

금방 눈물을 잊고 발레리나처럼 공중을 휜다

 

자웅동체의 원만구족을 춤춘다

피로해지면

썩은 이파리와 과일 껍질의 향기 속에 들어가서 쉰다, 먹는다

주당의 취기와 비슷한 맛이 난다

 

작아서 뾰족해진 힘으로

나침반과 뉴런 세포의 강도를 뒤챈다

시적 영감쯤 되는 감각의 탄생이거나

개념어와 유사어類似語의 발명인지 모른다

 

예쁜꼬마선충의 이름 속에 들어가서 쉰다

예쁜과 꼬마와 선충 사이엔

가느다란 합성의 형식과 내용이 있다

모르는 품질이다

 

격월간 『현대시학』 2021년 9~10월호 발표

 

 


 

안차애 시인

200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치명적 그늘』 『불꽃나무 한 그루』 등 발간. 2014년 세종우수도서 선정, 2019년 경기우수작가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