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김미희 시인 / 앰뷸런스 외 3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4. 21.

김미희 시인 / 앰뷸런스

 

 

에용에용

앰뷸런스가 달려갑니다

 

내 심장도

에용에용

쿵닥거립니다.

 

누가 다쳤을까?

어쩌다 다쳤을까?

얼마나 다쳤을까?

 

앰뷸런스가 달려가는 곳으로

내 눈길도 따라갑니다

 

 


 

 

김미희 시인 / 까칠해진 너에게

 

 

보리는 익을수록 온몸이 까칠하다

밤송이도 거칠고 까칠해진다

까칠해졌다는 것은 지킬게 생겼다는 것이다

책임이 생겼다는 것이다

따갑다 자꾸 누군가를 아프게 한다

의도하지 않은 상처를 준다

정말 시간이 약일까?

 

《마디마디 팔딱이는 비트를》창비교육.2019

 

 


 

 

김미희 시인 / 해녀의 명품백

 

 

해녀가 일터에 메고 가는 가방

사선(死線)에서 얻은 열매를 넣는 곳

생명을 살게 하는 곳간

구멍이 숭숭 난 명품 가방

 

 


 

 

김미희 시인 / 닮음

 

 

고슴도치가

선인장을 만나 하는 말

나는 동물 선인장이야

 

선인장이

고슴도치를 만나 하는 말

나는 식물 고슴도치야

 

가시로 툭툭 치며 주고받는 말

친척끼리 친하게 지내자!

 

시집 <너를 만나는 시 1)에 놓인 김미희 시인의 詩

 

 


 

김미희 시인

1964년 서산에서 출생. 2005년 《미주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눈물을 수선하다』(천년의시작, 2016)가 있음. 현재 달라스한인문학회 회장. 연극배우와 시인으로 미주에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