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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신용 시인 / 滴ㅡ대추씨에 관한 小考 2

by 파스칼바이런 2022. 5. 6.

김신용 시인 / 滴ㅡ대추씨에 관한 小考 2

 

 

“포에지 푸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놓고 나니

내 몸에도 푸르게 가시가 돋는 느낌이다 어떤 손길도 거부하듯

전신에서 날카롭게 빛나는 가시- 외모가 음악이라면

난 음치-라는, 어떤 개그맨의 유쾌한 유머처럼

그러나 곱씹을수록 쓸쓸해지는, 그 농담처럼

시를 쓸수록 더 가난해지는 전업의, 환금 가치가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닌 시대의 시인의 생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  껴질 때

자신의 의식을 좀 더 아래로 내려놓는 것

마치 싱크 홀이듯 좀 더 아래로 내려놓아, 죽은 듯이 깊은 잠에 빠져 있으면서도

눈을 뜨는 것

눈을 떠, 마지막 남은 정강이뼈 하나로

파르라니 일어나는 것

일어나, 덜그럭 이면서도 걸어가는 것-.

그것이 음치의 빛나는 노래라서

목쉰 불협화음의 화음 같은 노래라서-, 포에지 푸어라는

개그맨의 우스운 농담 같은 단어를 만들어 놓고 나니

전신에, 그렇게 푸르게 가시가 돋는 느낌이다

어떤 손길도 거부하면서

어떤 손길도 뿌리치지 못하는 痴人처럼-, 그 痴人 같은

성대 결절의 생활을 붙들고-, 그래, 외모가 음악이라면 난 음치-라는, 그 재치 있는 유머처럼

누가 면허를 내준 것이 아니므로

폐업을 선언할 명분도 없는, “시인 폐업”을 중얼거리면서-

 

계간 『포엠포엠』 2016년 가을호 발표

 

 


 

김신용 시인

1945년 부산에서 출생. 1988년 시 전문 무크지 《현대시사상》에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저서로는 시집으로 『버려진 사람들』 『개 같은 날들의 기록』 『몽유 속을 걷다』 『환상통』 『도장골 시편』 『바자울에 기대다』 『잉어』 등. 2005년 제7회 천상병문학상과 2006년 제6회 노작문학상,  2013년 제6회 시인광장 선정 올해의좋은시상과 같은 해 고양행주문학상 수상. 웹진 『시인광장』 주간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