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박이영 시인 / 감독의 달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5. 6.

박이영 시인 / 감독의 달

 

 

 저렇게 누구에겐가 들키는 중이에요 언덕이 가벼워 '이강'달을 끌어올렸군요 턱밑에 손을 둥글게 그리는 그룹이 아닌 거 알죠 사공이 많다거나 발사대를 채용한 것도 아니예요 산으로 간 게 아니거든요 길이 어두워요 방향지시등이 없어 비누를 칠한 적은 있어요 북극곰의 투명한 털에는 흰색 색소가 없다는 거, 앞서 누군가가 말했죠 미끄러진 내 손에서 거품이 난 것 뿐이에요 흑백의 논리는 구경거리에 불과해요 실시간 올 것이 온 거죠 비친 만큼, 창으로 볼 수 있어요 선택장애에 시달렸지만 노력한 것에 대한 서툴렀던 것, 질문을 던지거나 받지는 않아요 밤을 새는 날은 아침이 없어 두통에 시달리거든요 이쪽의 통증을 저쪽에서 치유해야 한다는 거, 누군가는 맞지 않아요 눈이 부은 날은 그런 날이에요 요즘은 카톡으로 배달해요 퇴근길 따라 도는 택배아저씨 짐을 들어줘요 아ㅡ, 불이 꺼져 있군요 목욜쯤 다시 올게요[...]쇼케이스, 내 방 스크린이 내려와요 오늘이에요

 

 


 

 

박이영 시인 / 그러니까 사막은

 

 

월아천의 바깥에서 짧게 목격되었다

네가 입고 온 뜨거운 비, 네가 벗어놓은 뜨거운 무늬는 바람으로 증명해 두었다

카페의 구석에서, 카스테라의 바깥에서, 낙타의 등에서 너는 자유로이 적히고 있었다

 

추신: 저녁을 가질 동안 수평동공에 별을 심어두다

 

광폭 하늘을 본다 떨어지는 별의 한숨을 포획한다 모래등을 껴안고 빌딩높이의 소리를 심는다 열흘 남짓의 기대치를 지나, 마트의 소홀한 값을 지나, 화요일 혹은 일요일을 건너가야 한다

 

그러니까 펭귄의 뒤뚱거림으로 걷는 이런 날

걸음을 가두고, 기호를 그리고, 어항 속의 금붕어가 날고 있는지

식탁에서 가장 화려한 별과 소금과 모래등을 만나

눈물을 상속받지 못한 이들을 이하여 만찬에 든다

 

특별하지 않은 날, 추신으로 온 별들이 옥상에서 방목된다 식탁이 일러준 주소대로 곧 돌아올 사막, 그러니까 그녀는 월아천의 밖에 있다

 

 


 

 

박이영 시인 / 이명

 

 

매미가 울면 앉아야 한다 울음이 질량보다 커서 나무에서 떨어질 수 있으니까

그녀가 귓병으로 입원을 한다 열한 번째 달력을 건너간다 열번째 그 집 달팽이관, 대각선으로 나무 막대기를 걸쳐 놓았다 주인 없음.

 

비로소 매미들은 달팽이관을 차지했다 달콤한 도넛과 비타민 타운에도 벽창호이다 플라타너스 가득 눈을 밟으며 운다 신문 활자 가득 매미로 묶인 겨울이 운다 우는 소리는 밖으로 넘치지 않는다 체면이 체면을 걸고 운다 체면 밖의 창들이 엉킨다 새벽이 엉킨다

 

시계가 모두 잠들어 있어 깨울 수 없다

의사가 핀셋을 든다 낡고 찢긴 페이지를 집어낸다 학습된 날들을 힘껏, 당신 쪽으로 당긴다 알약이 풀밭에 흩어져 있다 허물을 벗던 수십 마리의 매미들이 거꾸로 끌려나온다 모기의 입이 돌아간다 가랑비 소리로 울고있다

 

 


 

박이영 시인

2016년《예술가》로 등단.  중앙대 예술대학원 창작전문가 과정 수료. 동국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