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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진 시인 / 글
오늘도 원고지 칸을 메운다
펜이 칼보다 날카롭다는 말은 옛말이 되고 기품 있던 글쓰기는 컴퓨터 시대와 함께 끝났고, 이제 인터넷에 떠도는 헛소문이 사람을 죽인다는 괴담만 무성하다 괴담으로 죽은 사람, 심장에 칼 맞고 피를 철철 흘리는 사람 여럿이란다
피를 토하며 글을 쓴 박정만 시인은 광야 저 너머로 사라지고 생명을 살리는 들은 성경뿐이라, 성경 아류의 글들은 다 가짜다
오늘 원고지 칸을 채우는 일은 괴담 무성한 세상에서 성경 아닌 글을 쓴 헛손질
비 개인 하늘이 파랗다
정명진 시인 / 성경읽기
의사는 시력이 떨어진 이유가 백내장 때문이라는데 나는 비문증이 생기고 나서야 안과를 찾아갔다
성경읽기를 게을리 하면서 수단 방법을 다 써가며 성경을 읽는다 MP3로 성경을 듣고 컴퓨터에 성경읽기를 깔아놓고 심지어는 노트북으로도 성경을 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한 번은커녕 힌 년에 서너 번 읽기도 힘들어져서 아침, 스트레칭을 하면서도 성경태입을 듣는다
오늘 아침 성경을 읽으며 비문증이 하나님의 경고임을 알았다 백내장 때문에 시력 교정이 나오지 않는게 아님을 알았다
내 영혼의 허기
정명진 시인 / 쟈스민 화분
쟈스민이 폈어요 축축 늘어진 가지마다 꽃이 폈어요
지난 겨울, 수도까지 얼어붙는 추이에 생명을 부지했던 화분이 봄빛이 퍼지기도 전 꽃망울이 맺고 줄줄이 피어 향기나네요
이제 꽃은 다 지고 분갈이를 했다 길을 넘게 뻗는 가지 그 무성한 잎사귀가 신기해 물을 준다
잊어버릴 만하면 늘어진 잎사귀 사이로 새순이 돋는다
알싸한 향기 기억이 새롭다 쟈스민 화분 하나 키운다
정명진 시인 / 친구에게
네가 있어서, 나는 무조건 좋았다 일주일을 넘게 끙끙 앓다 잠든 밤에도 어머니가 잔화를 바꾸어주면 언제나 뛰어 나갔다
깊은 밤 새벽 2시 자다 깨어도 귀찮은 줄도 모르고 전화를 받았어 멀리 있어도 늘 가까이 느끼며 살았지, 네가 있어 아름다웠던 날들
백합처럼 향기롭고 연꽃같이 우아한 아취가 있어 기품있는 당신은 긴긴 여름날 정겨운 봉숭아꽃 그리운 해바라기 꿈같은 시간
무지개를 좇아간 잡히지 않는 내 사랑 나의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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