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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시인(해남) / 샤이나에서 온 남자
당신은 어디서 왔나요 샤이나*에서
옆에 있는 두 명의 저 소녀들은 누구인가요 시간을 이삭 줍는 아이들
소녀들은 말없이 옆에서 웃기만 하고 웃는 모습이 멀리서 날아온 꽃씨 같다 생각하다
여기엔 언제 왔나요 일주일이 지났고 일주일이 남았네요
그렇게 빨리? 이제야 당신을 만났는데 일주일은 무엇을 할 수 있는 시간일까요? 무엇을 하기에도 충분하죠 모든 시간은
당신 따라 당신 손을 잡고 시간을 다 써버리고 내가 떠나온 곳 검은빛의 땅 샤이나로 돌아갈 거요
소녀들은 말없이 여전히 웃기만 하고
웃음에 소리도 없는 웃음에
나도 모르게 튕겨저 나와 이름도 묻지 못했는데
다시 잠들어 보는 건 어때? 흥미롭다는 듯 그는
*샤이나는 아프리카 어디 열대우림 속에 있지 싶어 구글 지도를 찾아보았으나 샤이나를 찾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는 어디에서 온 걸까? 화이자에서 개발한 샤이나 피임주사가 있고 필리핀에서는 배우겸 가수겸 모델 샤이나 마그다야오가 현재 활동 중이다. 부산의 샤이나 오피스텔에서는 작년에 코로나 확진자가 27명 발생했다. 그 외 샤이나 뷰티, 샤이나 모텔, 샤이나 스타킹이 샤이나와 어떤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 <문학과의식> 2021, 가을호
이서영 시인(해남) / 잊다 잊어버리자 잊혀지거나 등등
고유의 방식으로 꿈은 형태를 지운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지우개로 지우는 것과 다르게 아무데서나 지우고 싶은 것부터 지운다 깨끗하게는 아니고 주변을 쓱쓱 뭉텅뭉텅 어떤 부분은 둥근 빵덩어리로 보이다 만지려 하면 밀가루처럼 아늑해져서 모양이 참 막연해져서 무엇이었더라 말할 수 없게 한다 어떤 수업을 들었는데 어떤 칭찬을 받았는데 무어라 말할 수 없다 뭐였더라 그것은 안개처럼 잡히지 않는 희미함 무게도 감촉도 없지만 분명 거기 있는 알갱이들 나는 안개로 건물을 짓고 지붕을 뚫은 철근을 보고 낙서가 적힌 흑판을 본다 내 편이 아닌 사람들과 일을 하다 싸움이 나고 또 금방 화해한다 맥락에 관여하지 않는 사람들과 내기를 하고 나는 지략을 세워 크게 승리한다 다만 칭찬이 무엇의 결과였는지 명확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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