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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서영 시인(평창) / 경계의 뿌리 외 4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5. 8.

이서영 시인(평창) / 경계의 뿌리

 

 

모든 경계에는 뿌리가 있다

 

호숫가에 어울리는 집을 지으려고

시멘트 담장 대신 나무로 경계를 두었다

아래로 내리지 못한 뿌리 하나

마당을 거슬러 지나가려 한다

 

호수와 땅의 경계가 물 위에 있다

한 개의 뿌리에서 뻗은 두 개의 면

평면과 입체에서 공간으로

가변적 경계에 내린 뿌리

 

신선함과 익숙함의 경계에서

아래로 굳어지는 것을 거부하며

도시와 시골을 오르내리는 나는

아카시아 꽃향기 나는 곳으로

뿌리를 뻗는 중이다

 

 


 

 

이서영 시인(평창) / 꿈의 비상

 

 

긴 장대 위아래로 해풍과 햇살 지휘하며

도루묵 말린다

 

힘차던 지느러미 세우고

바람에 튕겨져 온 몸으로 추임새 넣는

두 눈 부릅뜬 아우성

줄줄이 하늘 오른다

 

건조함으로 달달해지는 시간

덕장의 비릿한 꿈들이 비상한다

 

 


 

 

이서영 시인(평창) / 나비

 

 

커피 한 잔으로

바쁜 일상이 숨을 고른다

마음 열고 세상과 소통하는 할머니는

일흔의 나이에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즐긴다

소소한 이야기를 스토리로 올리고

사진을 찍어 포토샵도 한다

오늘은 붓글씨 배우러 가는 날

꽃무늬 있는 하늘빛 원피스를 골라 입고

레이스 달린 모자를 쓴다

화장이 곱게 먹은 날

거울 속에 날아든 나비 한 마리

둥둥

외출을 한다

 

 


 

 

이서영 시인(평창) / 늦가을 아침

 

 

밤새 천둥 번개로 몸살 앓고

가뿐하게 일어선 아침

햇살로 단풍나무에 별을 쏜다

가을의 속삭임

귀엣말로 간지러워 몸부림치는 갈대

꿈꾸는 사람들이 흘리고 간

행복 베어든 사랑이야기

꿈틀대는 욕망이 흐르는 소리

거리의 사람들 시선 붙잡은 낙엽

멈춘 걸음 위로 몰려오는 노란 파도

풍성한 잎 품었다 흩뿌리며,

소녀들의 유행가 리듬 탄다

일상에 바쁜 사람들로

버스 정류장 긴 줄은 은어비늘

모퉁이 돌아 시내 벗어나는

버스 밖 풍경으로 시간 물든다

코트 입고 모자 눌러 쓴 행인 뒤로 숨는 가을

책갈피에 넣는다

 

 


 

이서영 시인(李書咏 평창)

1969년 강원도 평창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1년 <서울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서울문학회회원, 인천문인협회 회원. 어울문학동인. 2016년 인천 남돋구 문화예술진흥기금 수혜로 시집 <경계의 뿌리>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