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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시인(평창) / 경계의 뿌리
모든 경계에는 뿌리가 있다
호숫가에 어울리는 집을 지으려고 시멘트 담장 대신 나무로 경계를 두었다 아래로 내리지 못한 뿌리 하나 마당을 거슬러 지나가려 한다
호수와 땅의 경계가 물 위에 있다 한 개의 뿌리에서 뻗은 두 개의 면 평면과 입체에서 공간으로 가변적 경계에 내린 뿌리
신선함과 익숙함의 경계에서 아래로 굳어지는 것을 거부하며 도시와 시골을 오르내리는 나는 아카시아 꽃향기 나는 곳으로 뿌리를 뻗는 중이다
이서영 시인(평창) / 꿈의 비상
긴 장대 위아래로 해풍과 햇살 지휘하며 도루묵 말린다
힘차던 지느러미 세우고 바람에 튕겨져 온 몸으로 추임새 넣는 두 눈 부릅뜬 아우성 줄줄이 하늘 오른다
건조함으로 달달해지는 시간 덕장의 비릿한 꿈들이 비상한다
이서영 시인(평창) / 나비
커피 한 잔으로 바쁜 일상이 숨을 고른다 마음 열고 세상과 소통하는 할머니는 일흔의 나이에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즐긴다 소소한 이야기를 스토리로 올리고 사진을 찍어 포토샵도 한다 오늘은 붓글씨 배우러 가는 날 꽃무늬 있는 하늘빛 원피스를 골라 입고 레이스 달린 모자를 쓴다 화장이 곱게 먹은 날 거울 속에 날아든 나비 한 마리 둥둥 외출을 한다
이서영 시인(평창) / 늦가을 아침
밤새 천둥 번개로 몸살 앓고 가뿐하게 일어선 아침 햇살로 단풍나무에 별을 쏜다 가을의 속삭임 귀엣말로 간지러워 몸부림치는 갈대 꿈꾸는 사람들이 흘리고 간 행복 베어든 사랑이야기 꿈틀대는 욕망이 흐르는 소리 거리의 사람들 시선 붙잡은 낙엽 멈춘 걸음 위로 몰려오는 노란 파도 풍성한 잎 품었다 흩뿌리며, 소녀들의 유행가 리듬 탄다 일상에 바쁜 사람들로 버스 정류장 긴 줄은 은어비늘 모퉁이 돌아 시내 벗어나는 버스 밖 풍경으로 시간 물든다 코트 입고 모자 눌러 쓴 행인 뒤로 숨는 가을 책갈피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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