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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관 시인 / 나라는 타자
나는 고뇌하는 수도승 바람 많은 언덕에 탑을 세우고 세상이 들려주는 이야기 듣기 위해 문패는 하늘에 걸어두었지 온 몸이 십자가인 가지 위 나뭇잎 등잔 하나 매달고 또로록 개암나무 열매 굴리면 하루가 가지
바다를 향한 파란 신호등 너머 장례식장의 불빛은 밝기도 하지 썰물 때에 맞춰 하루 두 번 집을 지어야 하는 무명의 생도 있지
옛집은 아득히 멀고 그곳엔 미처 도시로 떠나지 못한 등 굽은 소나무 하나 주문처럼 서 있지
바람은 불어왔다 가지 나는 수도승 숭숭 구멍 뚫린 생도 한여름엔 시원키도 하지 젖은 옷가지 널어 말리는 줄탁의 시간 부리 하나로 하늘에 칼금을 긋는--
이태관 시인 / 마음을 내려놓다
신발장 속, 먼지 내려앉은 낡은 구두 하나 보았습니다 닳아 제 키보다 낮아진 낮아진 만큼 겸손해진 땅과 물의 온기를 제 주인에게 전할 줄도 아는 차마 버리기 아까워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해안선을 걸으며 뒹구는 돌 그 중 눈 맞춘 몇 놈 배낭에 넣었습니다 무거워져 오는 어깨 순간, 집안 어느 곳을 뒹굴고 있을 기념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씩 집어왔을 돌덩이들을 생각했습니다 차마 버리지 못한 나의 구도 하나 생각났습니다 배낭 속 돌덩이를 가만히 내려놓습니다
『저리도 붉은 기억』, 이태관, 천년의 시작,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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