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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성근 시인 / 화곡동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5. 12.

이성근 시인 / 화곡동

 

 

 혼자서 소풍 가는 소년이 강서구청 사거리 뉴시네 마 앞 정류장에서 버스 타고 파리공원으로 날아오 르면 옷깃 푸른 운전수의 성품은 깊어서 승객들 다 타도록 까맣게 손등 태우는 일 없고 창밖으론 오규 원 읽는 국어 선생의 다감한 목소리와 세수도 않고 첫차를 타는 노파들의 느린 걸음이 차렵이불같이 지나고 지나간 것은 다가온 것이기도 해서 개학 날 처음 말 걸어준 짝꿍의 눈썹 흉은 사라졌더라도 골목에서 녹슨 자전거를 만지던 아비의 그을린 팔뚝과 고개도 들지 않고 간판을 지우던 한 잎의

 

봄빛과 그 위에 비치던 말린 청어 같은 아이들의 땀냄새.... 같은 것을 떠올리는 일은 소년을 혼자서 소풍 보낸 담임의 담쟁이 엉킨 이층 사택과 교실에 남아 보충수업 듣는 친구들의 단단한 다짐을 생각 하는 일처럼 아름답진 않아서 그때 그 소년이 아팠 던 까닭을 기억해내는 일 따위는

 

 


 

 

이성근 시인 / 칠월의 미용실

 

 

그러니까 제이, 담에 기댄 고양이의 열기로 훔쳐본다 종아리는 여자애보다 차갑고 나는 미용사보다 소파가 되고 싶었으니까 칠월의 저녁은 당신보다 뜨겁지 창밖으로 옛날 영화를 틀고선 손님의 미래를 험담해도 좋아 문이 열리면

 

다시 문일 테니까 가위를 외로 꼬아도 외롭지 않다 영사기를 눕히던 당신의 두 손에는 보(祿)를 두른 조연들의 바람이...... 그러니까 액정 같은 혈기로 넘겨다보는 건너편 인부들의 필름이 제이, 세상의 약속이란 모두 잘려진 것들인지

 

한 달을 빗으로 대어보다가 빛으로도 미칠 수 없는 칠월

 

습도를 터는 서로의 체온과 유리창을 건너는 웃자란 머리털과 소파에 맨살을 대고 바라보면 꽃다발 같기도 스크린 찢는 비 같기도 한 여름날의

 

그러니까 바이, 멀리 사라졌다 해도*

 

* 이선희의 노래 (J에게>.

 

 


 

이성근 시인

1981년 서울 출생. 2013년 「시와반시」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