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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용택 시인 / 그 강에 가고 싶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5. 13.

김용택 시인 / 그 강에 가고 싶다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저 홀로 흐르고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멀리 간다.

인자는 나도

애가 타게 무엇을 기다리지 않을 때도 되었다.

봄이 되어 꽃이 핀다고

금방 기뻐 웃을 일도 아니고

가을이 되어 잎이 진다고

산에서 눈길을 쉬이 거둘 일도 아니다.

 

강가에서는 그저 물을 볼 일이요

가만가만 다가가서 물 깊이 산이 거기 늘 앉아 있고

이만큼 걸어 항상 물이 거기 흐른다.

인자는 강가에 가지 않아도

산은 내 머리맡에 와 앉아 쉬었다가 저 혼자 가고

강물은 때로 나를 따라와 머물다가

멀리 간다.

 

강에 가고 싶다.

물이 산을 두고 가지 않고

산 또한 물을 두고 가지 않는다.

그 산에 그 강

그 강에 가고 싶다.

 

 


 

 

김용택 시인 / 콩, 너는 죽었다

 

 

콩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김용택(金龍澤) 시인

1948년 전북 임실 출생. 순창농림고등학교를 졸업. 1982년 "21인 신작 시집"에 '섬진강'을 발표하여 등단하였다. 섬세한 시어와 서정적인 가락을 바탕으로 농촌의 현실을 노래하였다. 섬진강 곁에 거처를 두고 초등 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그는 이제까지 시집 『섬진강』(1985) · 『맑은 날』(1986) · 『누이야 날이 저문다』(1988) · 『꽃산 가는 길』(1988) · 『그리운 꽃편지』(1989) · 『그대, 거침없는 사랑』(1993) · 『강 같은 세월』(1995) · 『그 여자네 집』(1998) 등을 펴낸 바 있다. 김용택은 1986년에 '김수영 문학상', 1997년에 '소월 시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