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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추인 시인 / 자연이라는 이름으로 그냥

by 파스칼바이런 2022. 5. 13.

김추인 시인 / 자연이라는 이름으로 그냥

 

 

한참 오랫동안

아득하고도 오래전에 아무도 이름을 가지지 않았을 때

바람이 바람이라는 이름 없고

꽃이 꽃이라는… 이름 없고

나무와 언덕과 구름이

꽃과 벌레와 달무리와 산이

그냥 한 몸처럼 바라보고 있을 때

해와 달과 별이

비와 눈보라와 모래바람이

그냥 무엇의 눈짓이거니 표정이거니

그냥 바라나 보고 있을 때

그때는 아름다웠으리

하늘 울타리 속 옹기종기 밤톨처럼 그리 정다웠으리

그냥에는 누가 보거나 말거나 거기 있는 자리에서

지지 피지 아무도 까닭을 묻지 않지 그냥 거기누구냐

맨 처음 이름을 매달기 시작한 자

그리하여 제 아픈 시간이 보이게 한 자

 

웹진 『시인광장』 2021년 8월호 발표

 

 


 

김추인 시인

경상남도 함양에서  출생. 연세대 교육대학원 국문학과 졸업. 1986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온몸을 흔들어 넋을 깨우고』, 『나는 빨래예요』, 『광화문 네거리는 안개주위보』, 『벽으로부터의 외출』, 『모든 하루는 낯설다』, 『전갈의 땅』, 『오브제를 사랑한』, 공저 여행집 『다시 사막에서의 열흘』이 있음.  2016년 제9회 한국예술상 수상, 1991년 문예진흥원 창작지원금 수혜. 2010년 만해‘님‘문학상작품상 수상, 2011년 서울 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2016년 한국의 예술상 수상, 2017년 제8회 질마재문학상, 2021년 제7회 한국서정시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