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숙 시인 / 물의 감정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셈을 하기엔 너무 멀고 먼 시원始原
감정을 넘친 두 물이 한 손수건에 섞일 때 슬픔은 종류를 버리고 한 감정으로 충실해진다 아프리카폐어처럼 눈물을 만난 두 눈 물고기의 언어를 흉내 낸 합창같이 마음을 한데 섞는 포옹같이 묵언默言의 흐느낌으로 서로를 읽은 두 물
감정은 너무도 정직해서 두 눈을 차별하지 않는다
물고기들이 거슬러 오르듯 어디선가 복받쳐 올라 다시 저 아래로 흘러내리는 물 계속되는 여울은 어깨를 들썩이며 흐르지만, 두 물은 상처하나 없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내 안에서 솟구치는 흐느낌
내 가장 깊은 곳에서 두 물을 불러낸다는 것, 여러 모양으로 다가설수록 갈피 마다 파고든다는 것. 마침내 내가 강이 된다는 것
두 물은 속을 들키지 않으려고 소용돌이 쳤지만 물고기들의 합창 같이 질주했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섞는 두 눈은 눈앞을 닫지 않는 투명한 물의 감정
격월간 『시사사』 2016년 7~8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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