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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혜옥 시인 / 봄날, 슬픔은 없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5. 17.

박혜옥 시인 / 봄날, 슬픔은 없다

 

 

또  목련이 진다. 흔한 일이다

산수유, 벚꽃,살구꽃, 조팝나무가 피고진다

흔하디 흔한 일이다

목백일홍은 조금 뒤에서서

붉게 타오를 여름을 마련하고

장미는 제몸을 가시로 감싸려고

벌써부터 안간힘이다

천년을 두고 되풀이 되어지는

어지러운 이 무대에 슬픔은 없다

고통이나 슬픔은 바라보는 자들의 것

무대 밖에서 주연과 조연을 나누고 엑스트라를 분배하는

꾀많고 어리석은

빛나는 시작과 풍성한 결말을 오직 그것만을

염려하는 관객의 몫이다

그들은 분석하지 않는다

떠나기위해 봄은 오는것이고

격렬하게 떨어지려 꽃은핀다

봄, 꽃들이 소리친다

그냥 거기 있었으므로 충분히 아름다웠다고

오직 그것 뿐 이었다고

 

 


 

 

박혜옥 시인 / 술 한잔

 

 

앵두는 혼자서도

아주 잘 익었습니다

가슴 미어지는 붉은 빛으로

혼자서도 잘 타 올랐습니다

 

내 부끄러운 사랑처럼

피었던 꽃들 시들고

빈 꽃자리마다

애달피 어여쁘게 물들었습니다

 

다가오지 마세요

다가오지 마세요

꽃불같은 팔을 흔들어 밀어내지만

바람은 늘 새롭게 불어오고

 

붉은 향기 차마 삼킬 수 없어

입술끝에 숨겨두고

마셔보는 오늘 이 술 한잔은

 

우리 함께 했던 날의 저녁 하늘빛 같네요

생애 한 순간도 지울 수 없는

당신의 그 웃음결 같네요

 

 


 

박혜옥 시인

1951년 광주 출생. 광주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1986년『 현대시학』에 전봉건, 홍윤숙시인 추천으로 등단. 시집 「내 가슴은 셀로판지」,「너무 순결한 것을 보면 나는 죽고 싶다」,「비담, 당신의 향기」있음. <기픈시>, <원탁시> 동인. 한민족사랑문화인협회작가회의 상임시인. 광주문인협회회원, 현대시인협회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