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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양승림 시인 / 환갑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7. 27.

양승림 시인 / 환갑

 

 

오늘은, 평생

쳇바퀴를 돌린 다람쥐처럼

 

다리가 아프다

 

세월이

물레방아의 바깥을 돌리는 동안, 나는

물레방아의 안을 돌리며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오늘은, 나에게

기적 같은 날

 

이제부턴 내가

물레방아의 바깥을 돌리고, 세월은

 

물레방아의 안을 돌릴 차례

 

 


 

 

양승림 시인 / 가위처럼

 

 

옥수수 나무는 죽었다

나는 가위처럼 걷는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송창식 노래가 들려왔다

속옷과 살갖 사이를 스치는 가벼운 정전기처럼,

프로이트는 정말 처제 미나 베르나이스와 연애를 했을까?

누군가 후미진 내 몸의 밑을 파고 혈액을 빼돌리는지

어지럽다

나는 또 가위처럼 걷는다

어둡지만, 많은 귀신들이 다녀갔다

 

언덕 위에서 병 하나가 굴러온다, 멈추기 위해선 누구나

깨져야 한다는 걸 알기에, 병을 향해

돌맹이 하나를 집어 던졌다

 

여기는 더 이상 내가 살지 않는 곳

 

 


 

양승림 시인

1961년 춘천에서 출생, 강원대학교 졸업.  2010년 《시와 세계》 신인상 시부문에 〈철학은 돼지다〉 외 4편의 시가 당선되어 등단. 현재 '바람' 동인으로 활동 中. 경기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