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림 시인 / 환갑
오늘은, 평생 쳇바퀴를 돌린 다람쥐처럼
다리가 아프다
세월이 물레방아의 바깥을 돌리는 동안, 나는 물레방아의 안을 돌리며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오늘은, 나에게 기적 같은 날
이제부턴 내가 물레방아의 바깥을 돌리고, 세월은
물레방아의 안을 돌릴 차례
양승림 시인 / 가위처럼
옥수수 나무는 죽었다 나는 가위처럼 걷는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송창식 노래가 들려왔다 속옷과 살갖 사이를 스치는 가벼운 정전기처럼, 프로이트는 정말 처제 미나 베르나이스와 연애를 했을까? 누군가 후미진 내 몸의 밑을 파고 혈액을 빼돌리는지 어지럽다 나는 또 가위처럼 걷는다 어둡지만, 많은 귀신들이 다녀갔다
언덕 위에서 병 하나가 굴러온다, 멈추기 위해선 누구나 깨져야 한다는 걸 알기에, 병을 향해 돌맹이 하나를 집어 던졌다
여기는 더 이상 내가 살지 않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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