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 시인 / 부푼 말이 달콤해
말을 부수고 섞어서 반죽을 한다 부풀어 오르다 튀어나온다 말 하나,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발 없는 말을 타고 달린다 윗말 아랫말에 말 둘, 말은 입 안 가득 냄새를 풍기며 한참을 짓이기다 쪼아 먹곤 더욱 더 탱탱해진 말을 주둥이로 물고 다시 달린다 말 셋, 따끈따끈한 말을 코앞에 흔들며 꿈쩍 않으려는 입마저도 툭 툭 건드리며 호출한다 말 넷, 다시 반죽 한다 더 커진 말 더 달콤해진 말 말들이 한꺼번에 삼킨다 주둥이들이 쏟아진다 소리보다 앞서 말이 말처럼 뛴다
박미산 시인 / 세신목욕탕
허리 굽은 그녀가 탕 안으로 들어온다 자글자글 물주름이 인다 목만 내밀고 있던 여자가 묻는다 몇 살이슈? 여든 일곱이유 난 아흔 둘이여 잘 익은 살갗을 열어젖히며 목청을 뽑는다 얼굴이 뽀얀 아주머니가 조그맣게 말한다 난 일흔 여덟이에요 요새 일흔이면 새각씨여 벌거벗은 마음들이 넘치면서 물주름이 좍 펴진다 살빛으로 물든 탕 안에 늙은 발목들이 조그맣다 퐁당 퐁당 말장구 치는 여자들이 다시 태어난다 배가 불룩한 탕 안에서 조글쪼글한 신생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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