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에리 시인 / 천년의 꿈
대숲에 불어오는 바람은 기억하네 푸르른 절규들이 낙화암 감도는데 쓸쓸한 웅진나루에 기다림이 끝없네
천년을 기다리면 그님이 온다하네 부소산 왕벚나무 잠깨어 꽃이 피면 사슬에 묶여 떠났던 고운님이 온다네
궁야평 너른 들에 봉황이 춤을 추고 사비강 푸른 물에 금룡이 포효하면 유황산 보름달 같은 고운님이 오시네
강에리 시인 / 나 억새로 태어나도 좋으리
세월이 흘러 여러 번 윤회가 된다면 어느 한생엔 언덕 위에 억새로 태어나도 좋으리
뿌리만 내리고 서서 비만 기다리는 삶도 좋으리 바람에 온몸 맡기고 흔들려도 좋으리
나는 목소리 없어 울어도 그대 들리지 않고 두 다리 없어 그대에게 다가갈 수 없고 두 팔 없어 그대 안을 수도 없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좋으리 모든 것 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금보다 좋으리
언덕 아래 키 큰 미류나무 같은 그대 바라볼 수만, 바라볼 수만 있으면...
강에리 시인 / 독도
언제나 아픈 손가락 같은 너 독도야 자주 찾지 않아도 쉽게 갈 수 없어도 훌륭히 잘 자라주었구나
모진 수난 이겨내고 이제 아름답게 꽃피는 너를 너를 수탈했던 자 다시 범하려 하는구나
다시는 너를 울게 하지 않으리 강치의 피로 물들었던 그 해변에 살육자의 발 들이지 못하게 하리
괭이갈매기 한가로이 날고 해국 향기 가득한 그 해변에 다시 살육자의 발 들이지 못하게 하리
바리 같은 딸 처녀 독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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