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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안차애 시인 / 자산玆山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2.

안차애 시인 / 자산玆山

- 검정의 길

 

 

홍어가 홍어의 길을 알고

​가오리가 가오리의 길을 알듯

 

​바다가 검정의 색을 알고

​검정이 바다의 농도가 되는 것일까

 

​흑백 앵글 가득히 검정이 밀려올 때

​바다의 발걸음은 우선과 멈춤 사이에 있다

​순간의 산맥처럼 굳어지거나

​찢어진 돌의 자세로 숨을 죽인다

 

​검정은 출렁거려도 액체가 아니라서

​자산에 묻는다

​약용과 약전의 차이처럼

​검정을 밭으로 삼는 자의 어족魚族들이 쏟아지고,

 

​비린내가 검정의 표면을 찢듯

​물컹한 방향에서 지느러미가 돋아나듯

​가오리는 가오리의 길을 연다​

​청어는 청어의 노래를 부른다

 

​섬의 뼈가 물결문양으로 촘촘해지고

​지극과 지독 사이에서

​길을 묻지 않는 자의 길이 탄생한다

​처음 보는 검정이다

 

계간 『학산문학』 2021년 겨울호 발표​

 

 


 

안차애 시인

1960년 부산에서 출생. 부산교육대학 졸업. 200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문예진흥기금 및 경기문화재단기금 등을 수혜하여 시집『치명적 그늘』, 『불꽃나무 한 그루』 등을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