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주 시인 / 부재중
손과 손이 마주친 순간, 체온은 낯익은 고기압이 된다
상냥한 표정을 가진 살결에서 말없이 번져나가는 상서로운 기운
저기, 왼편만 있는 사람이 가파른 산마루 오르고 있다
황망히 강물을 건너 숲으로 뛰어간 오른편이 비너스를 붙잡고 간호한다
땅속에 팔을 심어놓은 아프로디테가 눈물을 뿌려주는 숲 덩굴 어깨가 면벽을 주무른다
착한 수지침 하나가 슬며시 나무 주머니 속에서 빠져나와 애끓는 마음을 찌른다
성치 못한 몸이라도 괜찮다 바람이 허공을 훑으며 손사래를 친다
삐딱한 세상, 정면을 보란 듯이 가문비 우는 소리가 집 밖으로 껍질을 내민다
숲은 대수롭지 않은 듯 하냥 웃는데 스친 온기를 잊지 못한 지금
양현주 시인 / 물고기자리 별
마지막 페이지에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
아침이 되면 죽어 나오는 서간체의 감정들 그리운 것들은 쉼표도 없이 더디다 진도를 내지 못한다 당신의 뜰에 과꽃이 피었다는 편지 새해에는 마지막 연가가 되어 그대에게 가리라
손가락을 꼽다가 밤늦도록 종이를 찢고 마음의 껍질이 또르르- 말리길 여러 번 한 소절씩 그대를 쓰다가 편지는 겨울별처럼 눈으로는 읽을 수 없지만 그대 창가에 떠오른 물고기자리, 별이다
하늘에 별빛이 켜진다 눈을 감고 미안, 물고기자리를 쓴다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완호 시인 / 공중의 완성 (0) | 2022.08.02 |
---|---|
한상권 시인 / 낙관 외 1편 (0) | 2022.08.02 |
안차애 시인 / 자산玆山 (0) | 2022.08.02 |
서정연 시인 / 친절하게도 외 1편 (0) | 2022.08.02 |
박찬세 시인 / 가로수 외 4편 (0) | 2022.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