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호 시인 / 공중의 완성
더는 날아오를 까닭을 찾지 못할 때 새는 문득 수직으로 떨어지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던 우듬지의 고개가 아래쪽으로 젖혀질 무렵, 새는 저 먼 바닥으로부터 솟구치는 공기의 텅 빈 속내가 불현듯 궁금해지는 것이다.
날개를 흔들어 댈 때마다 양쪽 겨드랑이가 간지러워지는 까닭을 나뭇가지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순간 발바닥에 짜릿하게 와 닿는 결별의 감각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바닥이 가까워질수록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처럼 어디서 가늘게 떨고 있을 벌레들의 숨결을 짚어가며 새는 한순간에 허공을 가로지른다.
공중은, 꿈꾸는 한 마리 새를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계간 『시와 편견』 2021년 겨울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공량 시인 / 청소 외 1편 (0) | 2022.08.02 |
---|---|
임경묵 시인 / 꽃피는 스티로폼 외 1편 (0) | 2022.08.02 |
한상권 시인 / 낙관 외 1편 (0) | 2022.08.02 |
양현주 시인 / 부재중 외 1편 (0) | 2022.08.02 |
안차애 시인 / 자산玆山 (0) | 2022.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