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차애 시인 / 자산玆山 - 검정의 길
홍어가 홍어의 길을 알고 가오리가 가오리의 길을 알듯
바다가 검정의 색을 알고 검정이 바다의 농도가 되는 것일까
흑백 앵글 가득히 검정이 밀려올 때 바다의 발걸음은 우선과 멈춤 사이에 있다 순간의 산맥처럼 굳어지거나 찢어진 돌의 자세로 숨을 죽인다
검정은 출렁거려도 액체가 아니라서 자산에 묻는다 약용과 약전의 차이처럼 검정을 밭으로 삼는 자의 어족魚族들이 쏟아지고,
비린내가 검정의 표면을 찢듯 물컹한 방향에서 지느러미가 돋아나듯 가오리는 가오리의 길을 연다 청어는 청어의 노래를 부른다
섬의 뼈가 물결문양으로 촘촘해지고 지극과 지독 사이에서 길을 묻지 않는 자의 길이 탄생한다 처음 보는 검정이다
계간 『학산문학』 2021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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