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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신지혜 시인 / 내가 고맙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3.

신지혜 시인 / 내가 고맙다

 

 

자기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해본 적 있으신지요

애썼다 고맙다 말해본 적 있으신지요

자신을 격려하고 등 토닥여본 적 있으신지요

자신에게 두 무릎 꿇고 자신에게 절해본 적 있으신지요

누가 뭐래도 자기 자신만큼 가까운 베스트 프랜드는 없지요

 

병실에 누운 사람들이 가장 먼저 후회하는 것,

자신을 사랑할 걸 그랬다고

자신을 공경할 걸 그랬다고

자신에게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 걸 그랬다고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말 걸 그랬다고

 

나만큼 나를 아는 사람 또 지상에 보셨나요

내 육신에게 늘 고맙다는 칭찬 한 마디 해준 적 없어

내 심장아, 위장아, 두 팔다리야, 애썼다고

난생 처음 고백하였습니다

애쓴 나의 뿌리야 고맙다

내가 나를 으스러지게 힘껏 껴안았습니다

 

 


 

 

신지혜 시인 / 밥

 

 

밥은 먹었느냐

사람에게 이처럼 따뜻한 말 또 있는가

밥에도 온기와 냉기가 있다는 것

밥은 먹었느냐 라는 말에 얼음장 풀리는 소리

팍팍한 영혼에 끓어 넘치는 흰 밥물처럼 퍼지는 훈기

배곯아 굶어죽는 사람들이

이 세상 어느 죽음보다도 가장 서럽고 처절하다는 거

나 어릴 때 밥 굶어 하늘 노랗게 가물거릴 때 알았다

오만한 권력과 완장 같은 명예도 아니고 오직

누군가의 단 한 끼 따뜻한 밥 같은 사람 되어야 한다는 거

무엇보다 이 지상에서 가장 극악무도한 것은

인두겁 쓴 강자가 약자의 밥그릇 무참히 빼앗아 먹는 것이다

 

먹기 위해 사는 것과 살기 위해 먹는 것은 둘 다 옳다

목숨들에게 가장 신성한 의식인

밥 먹기에 대해 누가 이렇다 할 운을 뗄 것인가

공원 한 귀퉁이, 우두커니 앉아있는 이에게도

연못가 거닐다 생각난 듯 솟구치는 청둥오리에게도

문득 새까만 눈 마주친 다람쥐에게도 나는 묻는다

오늘

밥들은 먹었느냐

 

 


 

신지혜 시인

서울에서 출생. 2002년 《현대시학》 으로 등단. 시집으로 『밑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와 『토네이도』(상상인, 2020)이 있음. 《뉴욕중앙일보》, 《보스톤코리아신문》, 《뉴욕일보》, 《뉴욕코리아》, 《LA코리아》, 《월드코리안 뉴스》 및 다수 신문에 좋은시 고정 컬럼 연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지 게재 우수작품 지원금 수혜.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대상, 미주동포문학상 최우수상, 미주시인문학상, 윤동주서시해외작가상 등 수상, 현재 뉴욕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