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 시인 / 내가 고맙다
자기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해본 적 있으신지요 애썼다 고맙다 말해본 적 있으신지요 자신을 격려하고 등 토닥여본 적 있으신지요 자신에게 두 무릎 꿇고 자신에게 절해본 적 있으신지요 누가 뭐래도 자기 자신만큼 가까운 베스트 프랜드는 없지요
병실에 누운 사람들이 가장 먼저 후회하는 것, 자신을 사랑할 걸 그랬다고 자신을 공경할 걸 그랬다고 자신에게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 걸 그랬다고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말 걸 그랬다고
나만큼 나를 아는 사람 또 지상에 보셨나요 내 육신에게 늘 고맙다는 칭찬 한 마디 해준 적 없어 내 심장아, 위장아, 두 팔다리야, 애썼다고 난생 처음 고백하였습니다 애쓴 나의 뿌리야 고맙다 내가 나를 으스러지게 힘껏 껴안았습니다
신지혜 시인 / 밥
밥은 먹었느냐 사람에게 이처럼 따뜻한 말 또 있는가 밥에도 온기와 냉기가 있다는 것 밥은 먹었느냐 라는 말에 얼음장 풀리는 소리 팍팍한 영혼에 끓어 넘치는 흰 밥물처럼 퍼지는 훈기 배곯아 굶어죽는 사람들이 이 세상 어느 죽음보다도 가장 서럽고 처절하다는 거 나 어릴 때 밥 굶어 하늘 노랗게 가물거릴 때 알았다 오만한 권력과 완장 같은 명예도 아니고 오직 누군가의 단 한 끼 따뜻한 밥 같은 사람 되어야 한다는 거 무엇보다 이 지상에서 가장 극악무도한 것은 인두겁 쓴 강자가 약자의 밥그릇 무참히 빼앗아 먹는 것이다
먹기 위해 사는 것과 살기 위해 먹는 것은 둘 다 옳다 목숨들에게 가장 신성한 의식인 밥 먹기에 대해 누가 이렇다 할 운을 뗄 것인가 공원 한 귀퉁이, 우두커니 앉아있는 이에게도 연못가 거닐다 생각난 듯 솟구치는 청둥오리에게도 문득 새까만 눈 마주친 다람쥐에게도 나는 묻는다 오늘 밥들은 먹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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